롤리생각

세상의 거리와 어린이 교육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바둑만큼 나는 분야도 드물 겁니다. 프로 바둑기사는 보통 10살 전에 훈련을 시작해서 10대 중반에 입단하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중반에 세계 정상권이 됩니다. 골프도, 축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기에,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바심과 부담감을 부추기려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상의 거리, 특히 시간적 거리가 좁아진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금방 성장하고, 어느새 급격히 노령화됩니다. 10년이면 재계 지형도가 크게 바뀝니다. 마을도 소멸합니다. 기관장 재선 임기면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사회에 진출합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직결됩니다.

교육, 특히 어린이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에 우리 사회가 너무 무심하지 않은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 교육의 레버리지와 연계 효과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기업 유치도 교육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20대 초글로벌 기업가를 배출해 내는 유대 교육환경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세상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내용과 질의 교육과 케어를 받고 있는지, 어떤 꿈과 용기, 삶의 의지를 키워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린이 교육과 정리-정돈

초등부 고학년 친구들한테 가끔 말해 줍니다. 
"공부는 책상과 서랍 정리하는 것과 비슷한 거란다. 머리 속에 종류별로, 내용별로 미리 잘 구획 정리해 놓고, 필요한 때에 바로 꺼내서 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란다. 특히, 시험공부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이것이 다른 것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미리 잘 정리-정돈해 놓아야 필요한 때에 찾아서 유용하게 쓸 수가 있게 됩니다. 뒤죽박죽 엉켜 버리면 혼란(동)이 일어나기 쉽고,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영어로 얘기하자면 'Put in(to) ord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실과 지식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 연관을 지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오래 기억되고 바로 찾아서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6시그마니, 3정5S니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런 말을 해주면서, 친구들의 책상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찢긴 종이쪽지, 지우개똥, 부러진 연필심 등을 진공청소기로 치워 줍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돈하는 모습을 우정 보여 줍니다. 
"선생님이 너희들 교실을 수시로 청소하는 것도 사실 너희들과 함께 공부하는 거란다. 이제 선생님이 왜 자주 드나들면서 청소를 하는지 알겠지?"
"?!"

주변이 정돈돼 있지 않고, 불결하면 사람 마음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아무렇게나 해도 될 듯싶고, 책임감도 자존감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차이가 (기술적인, 현상적인 차이를 너머) valuation, 즉 가치(격)과 직접적으로 연동될 수도 있습니다. 호텔과 여인숙의 차이처럼요(물론, 여인숙이 나쁘고 안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끔 TV에서 쓰레기 더미 집에서 사는 어린이들을 보노라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그 아이들 심연에 자리할지도 모를 심리적 정서적 영향이 두렵습니다. 

모름지기 정리-정돈된 환경에서 생활한 어린이들이 학업성취도와 학습주도력도 자존감도 높을 겁니다. 나중에는 스스로도 할 수 있도록 지도 받아야 합니다. 청결에 대한 강박도, 과거 일제 잔재의 강압적인 환경미화도 문제겠습니다만, 요즘은 오히려 어린이 생활환경과 기초생활습관에 대해서 어른들이 너무 무심하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어린이 영어교육,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을 감안한다면... 제주 등 특수지에만 허용할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꼭 독립학교 형태여야 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어린이 영어교육을 골몰하다 보니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